y_log #3. 한강[漢江] : 함께 흘러가는 것들

2022. 12. 19. 15:36y_log

한강의 물결과 함께하는 구성요소들을 조명했다. 바람이 한강에 물결을 일으키는 것만큼 우리의 ‘움직임’도 한강의 물결을 일으키기도, 함께하고도 있다.

‘움직임’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본 연작에서는 내가 생각한 ‘움직임’을 구성요소의 크기, 시간별로 추적했다.


06_2_1. 사람

사람은 생동감 있는 한강을 이루게 해주는 가장 작은 구성 단위라고 생각한다.

또한 구성요소 중에 유일하게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자유의지가 있는 존재이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한강을 걸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고민을 한강물에 녹여보면서 한강의 물결과 함께한다.

본 사진에서는 생명력을 가진 사람이 한강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방식을 포착했다.

직접 물살을 일으키고, 흐름을 역행하기도, 흐름에 따라가기도 하며 한강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들. 다양한 방식으로 한강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보았다.


07_2_2. 자전거

자전거는 사람이 한강에서 이용하는 가장 작은 이동수단이다.

한강변의 자전거도로를 통해 이동을 하고, 중간중간 한강에서 갈라지는 작은 하천들을 넘어가며 계속 한강과 함께 흘러갈 수 있는 수단이다.

사진에서는 왼편으로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른편에는 한강이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는 우뚝 솟아오른 나무가 보인다.

이 순간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한강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순간만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무에 의해 한강이 보이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 끝나면, 다시 한강은 눈 앞에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감이 드는 순간은,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찰나의 순간에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본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08_2_3. 자동차

자동차는 사람이 한강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연료가 필요한 이동수단이다.

자전거가 자전거 도로를 다니는 것 처럼, 자동차는 한강 양 옆의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다닌다.

양 방향으로 나란히 뻗어진 대로들은 한강의 결을 타며 그 어떤 건물들보다도 한강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거대한 대로가 사람과 한강의 거리감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높은 곳에서 본 한강변의 대로는 그 어떤 것보다 자동차들이 한강의 흐름에 충실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오히려 흘러가는 자동차들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이 한강과 교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의 물결이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것처럼, 자동차 또한 도로에서 한강의 물결처럼 흘러간다.


09_2_4. 도시전철

도시전철은 자동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한강을 이루는 이동수단 중 가장 큰 구성요소이다. 자동차는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도로의 흐름에 편승하지만, 서로의 목적을 모른 채 흩어지게 된다.

그러나 도시전철은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전철을 이용하면서, 서로 간에 간접적인 의식으로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전철에서 내린다.

한강-도시전철-사람 간의 관계는, 전철을 통해 강북과 강남을 넘어가며 등장하는 한강을 통해 탑승객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시그널을 주면서도,

한강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교량을 지나가는 도시전철이 전철 특유의 반복적인 소음을 일으키며 잔잔한 한강의 잔물결 소리에 이따금씩 리듬감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전철 안에서 한강을 보며 느끼는 시그널은, 많은 사람들이 한강변에 앉아서 소음을 내는 시그널과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시그널들이 한강에 사람을 모이게 하고, 한강을 완성시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사람과 한강의 일 대 일 교감을 유도한다면, 도시전철은 사람과 한강의 다 대 다 교감을 유도하며 더 큰 한강을 이루게 해준다.


10_2_5. 다리

한강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강들 중에서도 큰 폭을 자랑한다.

이러한 폭은 강북과 강남의 단절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지역의 단절은 사람들 간의 소통 결여로 이어진다.

그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강에는 수많은 다리가 놓여있다.

사람, 자전거, 자동차, 심지어 도시전철까지 다리를 통해 한강을 넘나든다.

다리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한강과 친해지기 위해,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가장 큰 대들보이다. 그러한 한강 다리의 기능적 용도, 심미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대상을 선정해 촬영해보았다. 마치며_

생명력을 가진 사람이 서로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찾아올 때 목적을 해결해주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한강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 보다 더 넓은 폭을 가지고 흐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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