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9. 15:36ㆍy_log
오방색[五方色] : 한국을 말하다.
오방색은 음양오행사상에 기반한 오행의 색상을 뜻하는, 한국의 전통 색상이다.
흔히 ‘전통적인 것’에 대해 ‘일상생활에는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것’, ‘한국인의 생활과 일생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여럿 있다.
오방색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색동저고리를 입지 않고, 연지 곤지를 바르지도 않는다. 그건 전통적인 것이지, 일상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전통은 항상 우리와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통을 막연히 ‘과거의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한다. 현세의 우리가 공유하는 생활양식이 후대에게는 또 다른 전통의 양식으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무의식 중에 항상 전통을 승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 연작을 통해 [오방색]이라는 ‘전통의 것’을 키워드로, 일상생활에 녹아 있는 ‘현대의 것’들에 녹아 있는 ‘현대식- 전통의 것’ [오방색]을 추적해보았다.
01_1_1. 적(赤) [기와]
오방색의 적(赤)은 오행 중 화(火) 대표한다.
이러한 화(火)의 결과물로 한국을 대표할 키워드로 [기와]를 선정했다.
고온의 가마에서 가열되며 붉은 빛을 띄게 되는 기와.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한국에서 기와는 끊임없이 함께할 것이다.
02_1_2. 백(白) [기둥]
오방색의 백(白)은 오행 중 금(金)을 대표한다.
금(金)의 주재료인 철은 그 어느 것보다 한국의 현상(現狀)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사진에서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교량과 사람들이 걷는 공간 사이를 지탱하는 철제기둥을 보여주고 있다. 쓰임새는 다르지만 층과 층을 지지해주는 역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그 역할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그것에 대한 답변으로 작품을 통해 아파트를 제시한다.
철제구조로 지지되는 판상에 살아가는 우리. 이웃 간에 철제기둥 만큼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 한국에서 그 어떤 모습보다도 우리의 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물이라고 생각한다.
03_1_3. 청(靑) [숲]
오방색의 청(靑)은 오행 중 목(木)을 대표한다.
나무는 도심에서 조경수로서 기능하지만, 본 주제에서는 도심이 아닌 녹지만을 조명하고자 한다.
도심에 집중되어 사는 우리 주위에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되면 사실 대한민국의 대다수는 푸르른 녹지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본 사진은 푸르른 우리나라의 녹지를 보여준다.
이 사진은 분명 오행의 목(木)을 대표하고 있지만, 아주 엄밀하게 보자면 오방색의 청색을 띄고 있지 않다.
심지어 녹음이 우거진 나무의 녹색은 황색과 청색이 섞인 오간색(五間色)으로 표현된다.
눈 앞에 보이는 녹색을 부정하며 이 사진이 오방색의 청색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면서 놓치는 것을 이야기해보기 위함이다.
분명 눈 앞에는 녹색으로 보이는 숲이 있지만,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오방색의 청을 대표하는 나무들로 구성되어 있는, 시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부정해 볼 수 있는 관람 방식을 제시해본다.
04_1_4. 황(黃) [보도블럭]
오방색의 황(黃)은 오행 중 토(土)를 대표한다.
흙은 어디든 있다. 자연적으로도, 인공적으로도 나무와 함께 자주 등장하며 우리가 밟는 땅을 구성하는 재료다.
그러나 우리가 도심에 살면서 흙으로 이루어진 땅을 밝는 시간이 많을까?
그런 의문에 대해 어떤 사람도 단호히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대다수는 농촌지역이 아닌, 도심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밝는 땅은 흙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이다.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이 ‘도심 속 흙’이자 현대의 황(黃)이라고 생각한다.
05_1_5. 흑(黑) [윤슬]
오방색의 흑(黑)은 오행 중 수(水)를 대표한다.
흑색은 보이지 않는다. 어둡기 때문이다. 자욱한 암흑은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다.
만약 완전한 어둠에 잠겨 있는 물을 보여주며 이것이 물이라고 주장한다면, 과연 누가 믿을까?
그런 고민 속에서도 한강은 오행의 수(水)를 대표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바람에 의해 생긴 잔잔한 물결이 강 건너 서울 도심의 전깃불들이 강물에 반사되며 윤슬로 나타나며 한강이라는 수공간에 독특한 질감을 정보로서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한강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자,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흑(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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